첫 세션이 비어있었다 — 토닥의 부화 게이트와 스트릭 이야기
새 유저가 처음 만나는 게 아무것도 안 하는 알이었다. 첫 변신까지 12시간. 케어 3회 부화 게이트로 바꾼 과정과, 펫이 죽지 않는 게임에서 리텐션 레버를 찾은 이야기.
토닥은 걸음수·날씨·시간과 함께 자라는 한국 신화 신수 육성 게임이다. 서버는 프로덕션에 올라가 있고 클라이언트는 Play 내부 테스트 단계인데, 최근 빌드에서 게임 디자인 문제 둘을 손봤다. 하나는 첫인상, 하나는 계속 돌아오게 만드는 힘.

문제 1: 첫 세션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테스트 빌드를 처음 켜는 사람의 눈으로 게임을 봤더니 아찔했다. 새 유저가 처음 만나는 건 아무것도 안 하는 알이고, 첫 변신(알 → 도깨비불)은 12시간 뒤였다. 설계상으로는 “현실 시간과 함께 자라는 펫”이라 자연스러운 페이싱이었지만, 첫 세션 입장에서는 페이오프가 0인 게임이었다. 다운로드하고, 알을 보고, 끄고, 다시 안 켜는 흐름.
해법: 케어 3회 부화 게이트
첫 부화만 시간 조건에서 행동 조건으로 바꿨다. 알을 세 번 돌보면(쓰다듬기·먹이·씻기) 그 자리에서 부화한다. 이제 첫 판에서 반드시 “알 → 도깨비불” 변신을 본다.
포인트는 이후 성장은 그대로 뒀다는 것. 도깨비불 → 아기 신수(2일), 아기 → 성체(7일)는 여전히 현실 시간이다. 게임의 정체성(느긋한 동행)은 지키고, 첫 만남의 공백만 메웠다.
덤으로 잡은 잠복 버그
이 작업을 검증하다가 버그도 하나 나왔다. sync 응답에 인벤토리 필드가 빠져 있어서,
앱을 백그라운드에서 복귀시킬 때마다 아이템 목록이 텅 비어 보이는 문제. 기능을 깊게
파고들지 않았으면 프로덕션에서 유저 손에 먼저 터졌을 거다. 기능을 검증하러 들어가면
옆에서 버그가 튀어나온다 — 이번에도 그랬다.
문제 2: 죽지 않는 펫에겐 리텐션 레버가 없다
토닥의 동결 원칙 중 하나는 아무도 죽지 않는다이다. 방치해도 펫이 죽거나 아프지 않는다. 다마고치식 죄책감 대신 힐링을 주자는 설계인데, 문제는 가상 펫 장르의 가장 강력한 리텐션 장치가 바로 그 죄책감(손실회피)이라는 것. 레버를 스스로 버린 셈이다.
리서치를 해보니 가상 펫 리텐션의 축은 애착·손실회피·현실 연결 세 가지였다. 애착과 현실 연결(걸음수·날씨)은 이미 있다. 남은 건 손실회피를 어디에 걸 것인가.
해법: 잃는 건 펫이 아니라 기록
손실회피를 펫이 아니라 스트릭(연속 돌봄 기록)에 뒀다. 펫은 절대 안 죽지만, 매일 이어온 돌봄 기록은 하루를 건너뛰면 끊긴다. 마일스톤 보상과 끊김 임박 알림을 붙여서 “오늘도 잠깐 들여다볼 이유”를 만들었다.
힐링 철학은 그대로다 — 스트릭이 끊겨도 벌은 없다. 잃는 건 숫자 하나뿐이다. 그런데 그 숫자가 은근히 아깝다. 그게 핵심이다.

배운 것
- 첫 세션은 설계 페이싱보다 우선한다. 12시간 페이싱이 아무리 옳아도, 첫 5분이 비어있으면 그 설계를 경험할 유저가 안 남는다.
- 원칙을 지키면서 레버를 옮길 수 있다. “펫 죽음 금지”를 깨지 않고도 손실회피는 스트릭으로 이식됐다. 원칙과 지표는 제로섬이 아니다.
- 재미는 만든 사람이 판정할 수 없다. 지금 빌드는 서버 테스트 217개가 통과된 상태지만, 정말 중요한 건 내부 테스트에서 만날 첫 실사용자의 반응이다.
토닥의 다음 단계는 Google Play 내부 테스트 피드백 수집이다. 진행 상황은 포트폴리오에 계속 기록한다.